황박사님

[스크랩] 황우석검증 서울대보고서 `미공개내용`확인

그리운 오공 2011. 12. 17. 18:17
조사위원 최종서명판 보고서에서 '표 2개 8쪽 분량' 누락된 채 공개

미공개 내용 일부는 당시 황 교수 제기 '미즈메디 바꿔치기설' 뒷받침 자료

 

만일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기관 명의로 발간된 전체 50여쪽 분량 보고서 중 표 2개를 포함해 8쪽 분량이 어디론가 사라진 채 외부로 발표되는 일이 발생했다면...그것도 조사위원들의 도장까지 낱낱이 찍힌 '최종날인본' 상태에서 그 부분을 직접 작성한 조사위원조차 모르게 누군가 8쪽 분량을 통째로 누락시켜 발표했다면...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도 그 누구라도 지위고하를 막론한 채 감사실 호출전화를 제일 먼저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다른 곳도 아닌 국립 서울대학교에서 벌어졌다. 더구나 문제가 된 보고서는 세계적 핫이슈였던 '황우석 논란' 검증결과를 밝힌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당시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발표하고 인터넷으로 공개했던, 아울러 검찰 증거물로까지 채택됐던 보고서에서 이런 문제점이 발견됐기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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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발표 기자회견 현장(오마이뉴스,'박기영보좌관...'2006.1.10)
 

관련 사실이 확인된 곳은 황우석 박사 관련 공판현장.(2008.1.29. 서울지법 417호 제21차공판)

 

이 곳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 2명은 법정진술을 통해 서울대 최종보고서의 일부 내용 누락을 인정했다. 황우석 변호인단의 질문 뿐 아니라 검찰과 재판부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진술내용은 일치했다. 당시 법정에서 오간 대략의 진술 내용이다.(관련보도와 현장에서 방청했던 복수의 방청인 교차취재확인)

 

  변호사 : 증인이 검찰에 제출했던 서울대 보고서 34페이지가,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서울대 보고서에서는 없어져서 찾을 수 없죠?

 

  A교수 : 예.

 

  변호사 : 쪽수만 봐도 8페이지 정도 한 챕터하고 표 2개가 삭제된 걸 확인할 수 있죠?

 

  A교수 : 예.

 

당시 서울대 조사위에서 DNA검증을 총괄했던 연세대 정인권 교수에 대한 변호인단 심문내용의 일부이다. 다음은 검찰 측 질문에 대한 정 교수의 답변 내용. 한편 검찰은 공판현장에서 또 다른 서울대 조사위원과 대질신문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 증인이 서명한 보고서에 34페이지 표가 있나요?

 

  A교수 : 예. 제가 서명한 34페이지의 표가 마지막 서명본(출력본?)으로 압니다.

 

  검찰 : (또 다른 서울대위원 B교수에게) 서명날인된 보고서엔 34페이지와 표가 있는데 검찰이 제출한 보고서엔 그게 없죠?

 

  B교수 : 예.

 

또 다른 서울대 조사위원이었던 서울대 의대 정진호 교수도 보고서에서 특정내용이 빠진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다. 공판현장에서는 재판부가 직접 이 사실을 증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재판부 : (서울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보고서는 어떤 성격(기준)인가요?

 

   B교수 : 최종서명한 보고서였습니다.

 

서울대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는 요약본이 아닌 최종서명판이었다는 진술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문제의 내용과 표가 없다. 그러면 조사위원들이 서명날인을 한 뒤 누군가 추가로 수정을 해 문제의 내용과 표를 빼고 공개했다는 것인가? 

 

  검찰 : 혹시 보고서 작성 후 다시 그 내용을 고쳤다거나 별도의 수정계획을 가졌었나요?

 

  A교수 : 전혀 없습니다.

 

결국 별도의 수정작업을 거치지도 않았고 조사위원에게 별도의 언질이 없었음에도 어떻게 된 일인지 도장찍힌 최종본에서 8쪽 분량이 빠진 채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은?…'미즈메디의 데이터 조작 뒷받침 자료'

 

문서누락 책임과는 별도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사안은, 도대체 '미공개된 내용'이 뭐냐는 것이다.

 

물론 미공개 원본은 검찰측 증거자료이므로 법적동의없이는 열람할 수 없다. 그러나 법정진술 내용과 최근 한 언론사가 검찰측에 확인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공개 내용의 핵심은 '미즈메디측 데이터조작'을 뒷받침하는 자료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바꿔치기 논란'에 있어 황우석 박사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자료가 어쩐 일인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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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N '서울대조사중 이메일 교환..'(2006.1.13) 
 

사라진 표 2개 중 하나는 미즈메디 측이 자체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증을 의뢰했던 DNA 분석자료에 대한 '조작의혹'이었다. 유독 NT-1에 대한 분석내용만 미심쩍게 나와 이를 분명히 서울대 최종보고서에 표와 함께 작성했다는 것이 당시 조사위원 정인권 교수의 진술이다. 

 

 변호사 : 증인이 이 결과를 중시한 것은 미즈메디 자체에서 국과수에 의뢰한 DNA검사 시료 중 유독 NT-1만 두번 모두 현격한 농도 차이가 있었고 그것은 시료가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했기 때문이죠?

 

 A교수 : 예. 아무튼 그것만(NT-1만) 굉장히 차이가 많이 있었습니다.

 

물론 정인권 교수는 '당시 서울대 조사위원으로서 바꿔치기를 의심했냐'는 변호인단의 진술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의심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 조사위에서 DNA 검증을 총괄한 전문가로서 유독 1번 줄기세포에 대한 미즈메디 시료검증이 이상하게 나온 것을 의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고, 그가 당시 작성한 표(서울대에서 미공개한)는 이후 검찰조사 과정에서 미즈메디의 섞어심기를 밝혀내는 단초역할을 했음이 밝혀졌다.

 

만일 그 농도차이 표가 원안 그대로 서울대 최종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다른 표는 당시 황우석 박사 주장 입증자료

 

또 한 개의 사라진 표는 미즈메디의 조작정황 뿐 아니라 당시 황우석 박사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데이터로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공개된 표 내용에 대한 검찰측 설명이다.

 

 "첫번째 표는 황우석 연구팀이 2003년 5월과 10월 국과수에 의뢰해 실시했던 NT-1의 DNA 지문분석, 미즈메디 측이 2004년 2월과 10월에 역시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한 NT-1의 DNA 지문 분석 결과 등 총 4가지 모두 논문에 기재된 난자제공자 이00의 DNA와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노컷뉴스 '황우석 공판에서 처녀생식 논란 재연되나' 2008.2.7)

 

검사하는 족족 모두 이00의 DNA로 나왔다? 알려진 바대로 1번 줄기세포의 난자제공자는 이00씨가 아니라 노00씨로 밝혀졌다. 만일 DNA 검사를 제대로 했다면 위와 같은 결과는 절대로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황우석 팀 줄기세포의 DNA검사는 미즈메디 배양팀의 업무였다.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것 또한 미즈메디의 소관이었다. 위의 데이터가 공개되었다면 여론은 미즈메디의 조작여부에 1차적인 관심이 쏠렸을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황우석 박사측은 서울대의 최종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2005년 논문 줄기세포에 이어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마저 자체 검사결과 '가짜'임이 확인됐다며 이는 미즈메디 팀이 처음부터 자신들을 속여왔다는 정황임을 주장했다. 반면 미즈메디 배양책임자 박종혁 연구원은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만은 진짜가 틀림없다며 의혹을 정면 부인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자.

 

  "2004년 논문도 줄기세포 DNA 모두 불일치" (SBS, 2005.12.27)

 

  "황교수-미즈메디 '2004논문 줄기세포 진위' 엇갈린 주장 왜?" (경인일보,노컷뉴스 2006.1.9)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황교수는 "2004년 줄기세포도 가짜다"고 선언한 반면 당시 줄기세포 배양을 담당했던 전 미즈메디병원 소속 박종혁 연구원은 오히려 "진짜"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서로 바뀐 형국이다.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박사측 주장을 뒷받침시켜줄 만한 '2004년 논문 DNA검증 자료'를 원문에서 삭제한 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기자들의 바꿔치기 질문에 대해 '바꿔치기는 없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서조위(노컷20060110).jpg

 

 기자 : 황교수는 바꿔치기를 주장하고 있고, 서울대조사위원회가 비전문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따로 자문을 구한 위원회나 생명과학계 과학자가 있는가?

정명희 위원장 : 바꿔치기 질문이 두 번이나 나오는데, 바꿔치기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바꿔치기라는 것은 있는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인데, 줄기세포 자체가 있었다는 것을 찾지 못했다. 원래 없었는데 어떻게 바꿔치기가 있을 수 있는가?

 

(노컷뉴스 '줄기세포 원래 없었는데 어떻게 바꿔치기 있을 수 있는가?' 서울대 정명희 위원장 일문일답 2006.1.10)

 


 검찰 조사결과 미즈메디 김선종 연구원의 섞어심기가 사실로 밝혀지자, 서울대 정명희 위원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도 섞어심기 정황을 의심했다'라는 입장을 밝혀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서울대가 미공개한 부분이 밝혀진다 한들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측 변호인단의 입장은 달라 보인다. 이미 검찰수사를 통해 2005년 논문의 바꿔치기가 미즈메디 김선종 연구원의 단독범행으로 밝혀진 정황에서 그 전에 작성된 2004년 논문에서 황 박사가 미즈메디에게 시료조작을 지시했다는 검찰 측 기소내용은 미즈메디 연구원들의 말맞추기 진술에 의존한 일방적인 책임전가라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바꿔치기 논란이 최절정으로 무르익던 2006년 1월의 상황에서 바꿔치기를 의심할 수 있는 데이터를 미공개한 뒤 '바꿔치기 없다' 주장을 되풀이한 서울대의 행보는 국민여론을 바꿔치기 가 아닌 '책임자 처벌'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여론몰이용'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판도라의 상자 역할을 하고 있는 황박사 관련 공판. 다음 22차 공판은 3월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이 기사는 이조은뉴스 기사로도 기고했습니다. 

                              

출처 : 시골피디저널리즘
글쓴이 : 노피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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