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슈 추적 2] 에콰도르를 통해 본 한-미 FTA의 미래… 셰브론·옥시덴털 등 탈·편법 오가며 주권국가 위에 군림하려는 미국 거대기업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둔 미국의 속내는?
쉽사리 헤아리기는 어렵다. 힌트는 있다. 인구 1500만 명의 중남미 국가 에콰도르의 사례를 보면 한 올의 실마리가 잡힌다. 이 나라는 2000년대 중반 FTA 협상을 진행하던 중에 미국과 결별했다. 그 과정에서 이 작은 나라는 세계 최강국의 자본과 정부로부터 ‘모진 꼴’을 겪었다. 미국 정부와 석유자본, 그리고 에콰도르 정부가 얽힌 드라마는 자본의 탐욕을 둘러싼 잔인한 진실을 알려준다. 에콰도르보다는 훨씬 ‘세련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춘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FTA 상대 시장을 대하는 자본의 내심은 사실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원유 시추 이익 50% 과세 법이 발단
2006년 5월1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에콰도르와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앞서 2004년 5월 이후 에콰도르를 포함해 페루, 콜롬비아 등 3국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해오던 차였다. 미국은 하필 에콰도르를 콕 찍어서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가지 사건이 빌미가 됐다. 그해 4월, 에콰도르 국회는 새로운 법을 하나 통과시켰다. 새 법에 따르면, 외국계 석유회사들은 에콰도르에서 원유를 시추해 벌어들이는 이윤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언뜻 과격한 결정으로 보이지만, 원유가 에콰도르 땅에서 나오는 자원인 점을 생각하면 높은 과세로만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외국계 석유회사들은 1990년대의 싼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고, 당시 뛰어오른 유가 기준으로 팔아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석유 메이저들의 장삿속에 에콰도르 여론은 부글거렸다. 당시 높은 석유 가격에도 에콰도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었다. 원유 시추에서 생기는 이득의 70% 이상을 석유 메이저들이 챙겨갔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인디오들의 저항이 컸다. 석유산업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힘을 얻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등에서 불던 자원 국유화 바람의 영향도 있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로 거리에 나서면서 석유 수출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새 법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미국은 당연히 새 법에 반대했다. 당시 주에콰도르 미국대사관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그해 5월에 접어들자 에콰도르 정부는 또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미국계 석유회사인 옥시덴털이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역 내 유전 채굴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옥시덴털이 에콰도르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에콰도르 영내 사업 지분의 40%를 캐나다의 한 에너지 업체에 매각한 것이 빌미가 됐다. 옥시덴털은 에콰도르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채 석유 채굴사업 지분을 팔 수 없도록 돼 있었다. 미국 행정부가 바로 발끈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니나 무어자니 대변인은 즉시 에콰도르와의 FTA 협상 중지를 선언하며 “사실상 미국 회사의 자산을 압류해간 것”이라고 논평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주권의 문제라고 맞섰다. 디에고 보르하 에콰도르 재무장관은 “통상 협정을 위한 협상과 내정간섭은 별개 문제다”라고 맞받았다. 옥시덴털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해 7월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에콰도르 정부를 제소했다. 양국 간의 상호투자협정을 어겼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상호투자협정은 FTA보다 낮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의미한다. 이 분쟁은 해를 넘어서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신을 보면, 지난해 6월에도 10억달러의 보상액을 요구하는 옥시덴털과 에콰도르 정부 사이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미 기업, 아마존 오염시킨 뒤 소송 방해
옥시덴털은 어쩌면 그나마 ‘양반’이다. 10년 넘게 에콰도르 주민들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석유 메이저 셰브론은 자본의 추한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사례다. 1993년 아마존강 유역에 거주하는 에콰도르 주민 3만 명은 미국 석유업체 텍사코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뉴욕 연방법원에 냈다. 텍사코가 1972~90년 아마존 우림지역에서 원유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독성물질을 강에 방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텍사코는 2001년 셰브론에 인수돼서, 소송의 대상 역시 셰브론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당시 오염물질 배출로 땅과 물이 심하게 오염됐을뿐더러 인근 주민들은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에콰도르 대통령도 거들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2009년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에콰도르의 아마존에 들어가서 손으로 바닥을 찍어보세요. 묻어나오는 것은 기름 찌꺼기일 겁니다. 미국에서는 오지에서도 하지 않을 짓을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저질렀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재판은 먼저 미국에서 진행됐다. 동시에 셰브론의 로비도 시작됐다. 미국 법원은 에콰도르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에콰도르 법원이 더 ‘만만하다’는 셰브론의 작전이 통한 것처럼 보였다. 공방은 2003년 에콰도르 법원으로 넘어왔다. 셰브론의 예상은 깨졌다. 2011년 2월 에콰도르 1심 법원은 셰브론에 아마존 우림을 파괴한 책임을 물어 86억달러(약 10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판결이 바뀌지 않았다. 환경 피해에 대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기록이 나왔다. 지난 2월15일 에콰도르 항소법원은 배상금을 180억달러로 올렸다. 셰브론은 “이번 판결로 에콰도르 사법 시스템의 부패와 중앙정부의 정치적 개입이 드러났다”며 다른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셰브론은 이미 다른 수도 써놓았다. 이 회사는 항소심 판결 전부터 일찌감치 미국 법원에 에콰도르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조정 신청을 내놓았다. 만약 원주민과의 소송에서 지더라도 에콰도르 정부에 책임을 물어 배상액을 떠넘기자는 속셈이었다. 세계 제2의 원유회사인 셰브론의 자금력이 작용했다. 셰브론은 소송 과정에서만 10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 주민들을 대변하는 스티븐 댄지거 미국 변호사는 2010년 3월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셰브론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판단을 하는 그룹을 돈을 주고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미국과 에콰도르 사이의 상호투자협정을 근거로 들어 ‘국제조정법원’을 만들었다. 셰브론이 직접 만든 재판 관련 누리집(www.chevron.com/ecuador)에 지난 2월17일 올라온 보도자료를 보면, 국제조정법원이 에콰도르 정부에 법원의 판결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도대체 국제조정법원이 무엇이기에 주권국가의 법원 판결에 개입할 수 있을까. 에콰도르 원주민을 위한 누리집(chevrontoxico.com)이 같은 날 낸 보도자료를 보면 완전히 다른 설명이 나온다. “그 국제조정법원이란 셰브론에 비싼 값에 고용된 변호사들로, 한 주권국가에 헌법을 어기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 벌어진 일, 우리는 예외?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미국 <뉴욕타임스>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FTA 독소 조항 가운데 하나인 투자자-국가 제소제의 문제점에 대해 “투자자가 불만이 있으면 바로 국제중재위원회로 갈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법을 무력화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셰브론 같은 난폭한 거대자본에게 FTA는 국내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날개가 되는 셈이다. 미국 자본의 집요한 공세에 지쳐버린 에콰도르는 2007년 미국과 14년 동안 유지했던 상호투자협정도 갱신하기를 거부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36&aid=0000026445
출처 : 빛과 흑암의 역사 (성경연구, 음모론)
글쓴이 : 등대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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