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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승 헌정회 원로회의 의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내 헌정기념관 사무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야권통합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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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근본적인 차원을 생각해보자.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가 없었으면 오늘날 한국의 성장도 없었다.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한 안보보장이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어떻게 보면 FTA는 해방과 건국 때 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거다.
그걸 이번에 정리 하고 체계화한 것 아니냐.
FTA로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화 된다고 주장 하는 사람들은
반미주의 입장에서 국민을 오도 하는 친북세력이 아닌가 이렇게 본다.”
이철승(89) 헌정회 원로회의 의장은 거침없었다. 한국나이로 올해 아흔인데 한미 FTA, ‘안철수 신드롬’, 야권통합 등 정치현안에 대해 막힘이 없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내 헌정기념관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장은 목소리도 정정 했고 건강해 보였으며 정치현안을 두루 꿰고 있을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 했다.
소석(素石) 이철승.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1970∼80년대 한국 야당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 이었다.
1971년 ‘40대 기수론’으로 대표 되는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쟁에 김영삼·김대중과 함께 나섰고
그 후 박정희 대통령과 맞서던 야당 대표였다.
그에게 현 정국의 최대 현안인 한미 FTA부터 물어 봤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는 FTA 국회 비준동의안 의
여당 기습 표결처리에 대해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 어떻게 했나.
그들이 FTA를 적극 추진 했고, 지지 했다.
대한민국 경제를 유지 하려면 FTA를 지지 하지 않을 수 없지.
친북세력이 아니면 무조건 반대 할 순 없는 거다.”
단순 하지만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한 번 더 물어 봤다.
야당은 ‘노무현 정부가 비준 했을 때와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하면서
이익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다시 재협상 하거나 폐기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지엽말단적인 문제여.
지금 한미관계의 기본 정신이 한미동맹에 다 들어 있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잖아.
엄청난 비용의 안보 부담을 미국이 지고 있는 거여.
그렇게 큰 것을 보지 않고 지엽적 문제를 가지고
‘미국이 한국을 침략한다, 한국이 노예가 된다’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나. 친북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얘기다.”
한미 FTA 는 최대 현안 이니까
사전에 답변을 준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제로 화제를 바꿔 봤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지지율’이
50% 전후로 나오더니만 대통령후보 지지율도 계속 높게 나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후보와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박원순이고 안철수고 정당을 만들라 이거야.
정강 정책을 발표하라 이거야. 노선을 밝혀 야지.
그 사람들 인기가 높게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이 워낙 정치를 못 하니까 그런 거야.
정당정치 위기에 대한 경종 이지.
정당정치만 제대로 되면 박원순, 안철수 현상이 성립될 수 없다.
정치는 결국 정당정치야. 그게 책임정치 아닌가.
박원순, 안철수 현상은 정당이 벽에 부딪히니까 나온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이지.”
이 의장은 평생 야당인 이었는데,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에 더 관심이 많은 듯 했다.
그래서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 하는지 물어 봤다.
안철수 현상에 야당은 책임이 없나요.
“안철수가 결국 야당으로 나가겠다는 건데 지금 민주당은 없어졌잖아.
지금 민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무너뜨린 민주당 하고는
이름은 같지만 다르다는 걸 분명히 말씀 드린다.”
계속 야당을 하셨는데 민주당에 대단히 비판적 이신데요.
“지금 민주당은 정당 활동을 제대로 못 하잖아.
대중운동, 시민운동, 촛불시위 에 끌려 다니고 있지 않나.
지금 민주당은 정당이 아니야.”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인색 했다.
당연히 지금의 야권통합 작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겠다 싶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에 참여 했던 인사들 및
시민사회단체 일부와 합당작업을 진행 중인데, 잘 될 것 같습니까?
“정치를 오래 해 본 감각으로 봐서는
자기들끼리만 복잡 하고, 그러다 말 것이여. 누가 리더를 할 거여.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야당 당수를 할 수 있나.
지금 야권은 안철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안철수는 대통령선거에 나간다는 말도 없잖아.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어.
민주당은 박원순을 당수로 모시든지 해야지.”
야당과 안철수 원장에 이렇게 비판적이면
이 의장은 그럼 차기 대통령후보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것일까.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박근혜와 한나라당은
안철수, 박원순이 울린 경종을 잘 알고 받아 들여야 한다.
박근혜가 자기 조직을 쇄신하고
리더십과 정책을 발전 시키면 유리 하고,
그걸 못 하면 혼란이 오고.
안철수는 믿을 수 없다.
결국 나라는 정당하는 사람들이 이끌어 갈 수밖에 없어.
무소속으론 한계가 있어.”
이 의장은
대화내내 기성 정당의 각성과 반성, 쇄신을 촉구했다.
후배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스스로 “기자 동지가 험한 말은 좀 다듬어줘”라고 할 정도로
거친 용어로 분통을 터트렸다.
이 의장은
대표적인 ‘우익’이다.
해방 후 우익학생운동을 주도했고, 반탁운동에 앞장섰다.
3∼5대, 8∼10대, 12대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낙선한 후
자유민주총연맹 총재,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 등을 맡는 등
우파사회활동에 적극 나섰다.
스스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도둑맞은 10년”이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아스팔트 전(戰)을 펼쳐 권력을 되찾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7선 의원에 국회부의장, 야당대표를 지낸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인 이 의장은
야당 출신 전 대통령들에게 불만이 많은 듯 했다.
편의상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를
현 대통령부터 역순으로 물어 봤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잘 안 풀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연평도 포격 등 물리적 도발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잘 하고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원수야 ?
그런데 통치권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우리의 서글픔이고 약점 이라고 봐.
천안함, 연평도 때 어떻게 처리 했나. 누가 책임을 졌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 이라면
국민 앞에 확고하고 구체적인 답을 제시 해 줘야지.
그러지 못한 데 대해 대단히 섭섭 하다는 얘기 드리고 싶다.”
연평도, 천안함 도발 당시에
즉시 보복을 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앞으로도 당하고만 있을 건가.
북한이 미사일 던지고 핵 만들고 우리를 무력도발하면
그 거점을 때려 야지. 그럴게 아니라면 국방부가 뭔 필요 있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 하십니까?
“김대중씨는 원래 좌익성향이야. 목포상고 다닐 때부터.
대통령 하면서 북한에 마구잡이로 퍼줬다.
노무현 정부가 이북에 퍼준 돈도 못지않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잘했습니까?
“김대중씨야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랬다 치고
김영삼씨도 제대로 안 했다.
김일성을 만나려는 생각에 한완상을 통일부 장관 시켰다.
또 김정남을 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에 앉혔다.
북한을 본질적으로 모르는 김영삼씨는
국가관이 없고 전략전술이 없지 않나 싶어.”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만 이지만
특히 같은 야당 출신 대통령들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혹시 야당의 ‘지배주주’였던
양김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일까.
19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선출 때
김영삼, 김대중 후보와 경합 하시다가 중도에 탈락하셨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가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그 때 40대 기수론 때 유진산씨가 야당 당수로 있었어.
유진산씨가 주변 형편 때문에 압력 받아서
당신이 제일 싫어 하던 김영삼 카드를 스스로 들고 나왔어.
구상유취하다고 했던 김영삼씨를 정보기관에서 적극 공작 해서
유진산씨가 김영삼을 밀게 했다.”
중앙정보부 공작이라고 보십니까?
“그렇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픈 문제를 물어 봐야 할 시간이다.
좀 미안 했지만 이철승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사꾸라’아닌가.
‘이철승 사꾸라’라는 말은 왜 생겼습니까?
박정희 정권 당시 야당 지도부 하시면서 내각제를 주장 하시는 등
공화당 정권과 타협 하자는 노선이 빌미가 된 것 아닙니까.
“그때 기자들이 김영삼씨파, 누구 장학생 그렇게 나눠져 있었다.
모 신문사 기자가 내가 주창한 중도통합론을 사꾸라 라고 썼다.
김영삼씨가 그 기사를 돌려서 나를 사꾸라 라고 만들었는데
박정희 유신 시대 때 우리가 정치를 하지 않을 순 없잖아.
백이, 숙제처럼 옥쇄할 수 없고 국회 없이 할 수도 없잖아.
김영삼씨는 국회도 안 나가고 그랬어요.
나는 국회에 참여 해서 뒤집자고 했지. 이게 사꾸라론 이다.
중도통합론의 핵심은
‘야당은 자유만 외치지 말고 여당이 될 생각을 하라.
집권여당은 안보를 내세워 자유를 억압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중도통합론을 내세워 차근차근 양파 껍질 벗기듯이 많이 했다.
야금야금 그렇게 해서 결국 내가 당수 때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1% (포인트)여당한테 이겼다.
그 다음에 김영삼, 김대중씨가 정치 해금이 된 뒤 합작 해서
나를 야당 에서 제거할 때 선전선동 하면서 사꾸라로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이 의장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이제 인터뷰를 끝낼 때가 왔다. 약속한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우리 나이로 90세 인데도 워낙 정정하고 의욕적으로 보여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는 지 마지막으로 물어 봤다.
“나는 회고록을
‘대한민국과 나:이철승의 현대사 증언’이라고,
지난 5월에 발표를 해 놔서 홀가분 해.
정치를 오래 하면서 바쁘다 보니 국내도 안 가본 데가 많아.
그래서 여행 이라도 하면서 작품을 하나 더 만들려고.
회고록 속편 구상을 하고 있어.
오래 살면 속편도 있어야 할 거 아니여.”
인터뷰 = 김세동 차장(정치부) sdgim@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