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등소평

장하성펀드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다.- 펌.

그리운 오공 2012. 2. 9. 13:09

장하성 펀드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다

조원희(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국민대교수)

장하성 펀드의 실체

장하성 펀드의 공식명칭은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KCGF)로서, 주식시장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투자펀드로서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증권시장을 주무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태를 볼 때,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KCGF의 실제 운용사가 라자드라고 하는 국제적 투자은행임을 고려할 때, 그리고 KCGF에 투자하는 미국계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투자관행을 고려할 때, KCGF가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론스타, 카알라일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회피 구역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장하성 펀드는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는데 하지만 더 좁혀서 말하자면 헤지펀드라고 할 수 있다. 사모펀드란 100인 이하의 적은 투자자들, 그것도 소수의 부유한 금융자산가들과 금융기관, 재단 등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까닭에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공모투자와는 달리 투자실패의 경우에도 금융시장 혼란의 여지가 적고, 그래서 공모펀드와는 달리 별다른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다.

즉 미국의 금융관련 규제의 관점에서 볼 때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더구나 장하성 펀드의 실제운용사인 라자드 회사가 미국법에 따른 관행에 따라 투자운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장하성 펀드는 실질적으로 헤지펀드라고 할 수 있다.

사모펀드 가운데 주식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PEF)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나라에 론스타와 카알라일, 뉴브릿지캐피탈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KKR, Blackstone 같은 주식사모펀드가 유명하다. 이들 사모펀드는 타겟이 되는 회사의 주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만큼의 지분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다음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즉 주주가치)를 높인 다음 되파는 까닭에 구조조정 펀드(Buyout Fund)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헤지펀드는 타겟이 된 회사의 경영권 장악보다는 그 회사 주식의 5-10%만을 매집하여 영향력이 있는 투자자가 되는 전략을 구사하며, 그리하여 타겟이 된 회사의 기업전략(즉 기업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계열사 구성 등)을 투자자 이익 극대화의 방향으로 바꾸도록 영향을 행사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장하성 펀드의 행태는 전형적인 헤지펀드의 그것이다.

물론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사이의 구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양자의 경계는 항상 유동적이다. 헤지펀드는 기회와 능력이 되면 언제든지 경영권 장악까지 넘보는 주식사모펀드형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는 언제든지 서로 전략적으로 제휴하여 공동의 타겟을 공략할 수도 있다.

가령 현재 우리나라에서 KT&G(과거 담배인삼공사)을 공략하고 있는 칼 아이칸은 『Pretty Woman』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기업사냥꾼처럼 1980년대에 미국사회에서 악명을 떨쳤던 인물인데, 그는 자신이 펀드 매니저로 있는 사모펀드를 동원하여 헤지펀드인 Steel Partners와 전략적으로 제휴하여 공동으로 KT&G의 기업지배구조를 공격하여 이익을 남기고 있다.


헤지펀드와 소액주주운동(주주행동주의)

1990년대에 소로스의 퀀텀 펀드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는 요즘 다시금 국제금융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데, 왜냐하면 2001년 이후의 전세계적 증시침체와 더욱이 최근의 달러 약세 등 외환시장 불안으로 더 많은 금융자본이 헤지펀드 업계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최근 헤지펀드들은 과거 소로스와 같이 외환시장 혹은 파생상품시장만이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시장(경영권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헤지펀드의 약 5% 정도(약 500억 달러)가 주주행동주의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더구나 이 수익 모델이 성공적이라는 것이 확인될 경우 동원 가능 자금은 순식간에 2-4배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고 JP모건은 전망한다.

그리고 헤지펀드의 기업지배구조 공략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 동아시아인데, 왜냐하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는 투명성, 법치주의 등에서 취약한 까닭에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현지 여론의 도움까지 기대할 수 있고, 더구나 아시아 각국의 경영권 방어 관련 법제도가 아직 정밀하게 정비되지 않아 취약한 까닭에 큰 수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헤지펀드와 주주행동주의

그렇다면 왜 보험사나 은행, 혹은 다른 공모펀드들은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며, 왜 유독 사모펀드 혹은 헤지펀드 같은 투기자본들이 기업지배구조의 변화 같은 거창하고 고상한 테마를 내걸고 주주행동주의에 앞장서는가? 이는 금융자본의 구조를 보면 금방 이해된다.

먼저 보험회사나 일반공모펀드(뮤추얼펀드), 연기금(기업퇴직연금, 국민연금 등)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각종의 금융규제 제약으로 인해 주주행동주의 수익모델을 추구하기 어렵다. 수천, 수만의 고객들에게 안전한 자산운용을 통해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이들의 펀드매니저들은 고위험-고수익 전략보다는 저위험-저수익 전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리적으로 사모펀드처럼 운용자산의 전부 혹은 상당부분을 특정 기업의 주식보유를 통해 그 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장악하거나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에셋과 같은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하는 뮤츄얼 펀드들은 펀드 설정기간이 짧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고객의 환매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하는 까닭에 특정 회사의 지분의 상당부분을 1년 이상 보유하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일에 많은 자금을 오래 투입하기 힘들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는 이런 여러가지 제약들에서 자유로우며, 처음 자금을 모집을 할 때 투자자들과 어떻게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타겟 회사의 경영권을 공략할 수 있다. 
운용에 따른 수익구조의 차이도 사모펀드의 적극적 행동주의와 깊이 관련이 있다. 공모펀드에서 운용회사는 대개 운용자산금액의 일정 퍼센트를 수수료로 받는다. 운용수익이 증대하여 운용규모가 증가해도 그 이익은 미미하게 증가할 뿐이다. 물론 많은 이익을 낸 운용회사에는 다음번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게 되고 이에 따라 더 큰 이익을 얻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모펀드와 비교하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적극적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사모펀드는 계약하기 나름이지만 대개 어떤 수준 이상의 초과 이익 가운데 20% 또는 그 이상을 운용책임자가 가져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적극적 행동에 따른 한계비용이 그로 인한 한계수익을 넘지 않는 한 '튀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장하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증권업계와 보험업계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재벌계 회사들인 까닭에 자신의 펀드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데, 실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에도 증권회사(투자은행)와 보험사 같은 회사들은 사모펀드 혹은 헤지펀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왜냐하면 이들 회사의 매우 중요한 고객의 하나가 상장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즉 투자은행과 보험회사들은 이들 기업고객에 대한 주식발행 주선, 컨설팅, 기업연금운영 대행 업무 등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고객기업들을 위해 이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를 통해 그 고객기업의 경영권을 주주행동주의의 이름을 내걸고 공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이며 이중적 행동이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과 같은 금융그룹들이 자산운용업의 일환으로 사모펀드 자회사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행동주의적인 기업경영권 공격 전략을 취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반해 사모펀드들은 이로부터 자유롭다.

장하성 펀드의 실제 운용사인 라자드 역시 국제적으로 저명한 투자은행이며 그렇다면 이러한 이해관계 충돌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장하성 펀드가 공격하고 있는 타겟은 삼성, KT,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아니라 태광그룹과 같은 중견기업들이며, 이들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라자드와 같은 국제적 투자은행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라자드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장하성 펀드라는 사냥개를 풀어놓아도 되는 것이다.


외국투기자본보다 주주자본주의가 더 문제

장하성 펀드의 주요 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이라는 사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장하성 교수는 “그렇다면 왜 국내자본은 펀드에 참여하지 않나?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고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만약 장하성 펀드가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국내의 많은 돈 많은 투자자들이 제2, 제3의 장하성 펀드에 투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민족주의적 혐오는 국수주의를 부추길 뿐이며,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국외건 국내건 모든 주식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 행동, 즉 주주이익 극대화 행동이 초래하는 국민경제적 폐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제는 ‘외국자본’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이며, 외국자본에 맞서는 토종자본(그것이 투기자본 혹은 국내형 펀드일 경우에도)의 육성이 해결책이 아니라, 국내외의 주주자본주의에 맞서는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의 구축이 해결책이다. 장하성 펀드가 외국인 투자자의 앞잡이인지, 조세를 회피할 것인지의 문제는 부차적이며, 그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장하성 교수 등이 주도한 소액주주운동과 그것의 논리적 귀결로서 탄생한 장하성 펀드의 사업이 한국에 주주자본주의를 수입하는데 어떻게 기여했으며 어떠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소액주주운동의 귀결점: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완성

주주자본주의로 인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과감한 미래투자보다는 현금보유를 선호하여 장기투자가 위축되고 경제성장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하여 장하성 교수가 속해 있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문제는 주주자본주의의 완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즉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소버린과 칼 아이칸, 그리고 장하성 펀드의 기업지배구조 공략에 따른 경영권 위협으로 기업 활동, 특히 장기투자가 위축되는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과도기적인 일시적 상황에 불과하다. 오히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의 기업지배구조 공략 전략이 재벌총수 등 대주주들이 가진 과도한 경영권을 주식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확고하게 변화시키는데 성공할 경우, 즉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를 확실하게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로 변화시킬 경우, 다시 장기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제2, 제3의 장하성 펀드는 국내형 펀드로 조성되어야 한다고 갈망하고 있는데, 이 주장을 통해 그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아닌 국내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이끌기 위해서도 한시바삐 한국은 미국처럼 금융규제를 더욱 완화하여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이 주도하는 주주자본주의를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설파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주주민주주의(shareholder democracy)를 진정한 경제민주주의로 포장하면서, “주주권 즉 사유재산권”에 기반한 민주주의를(사실 이것은 마가렛 대처와와 레이건 등 급진적 신자유주의자들의 슬로건인데) 운동의 아젠다로 은연 중에 설파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 러시아의 볼셰비키가 경제사회체제를 공산주의로 급진 변혁시키려는 국제혁명의 전위대(아방가르드)였다면, 오늘날 한국에서는 장하성 펀드와 그 주변 세력들이 바로 경제사회체제를 신자유주의로 급진 변혁시키려는 거대한 국제혁명의 전위대이다. 장하성 펀드의 성공에 비례하여 한국의 주주자본주의는 완성되고 신우파 혁명은 성공할 것이다.


경제사회체제 개혁을 누가, 누구를 위해?

민주주의는 민중 혹은 인민의(of the people), 인민에 의한(by the people), 그리고 인민을 위한(for the people) 정치체제이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경제사회 개혁은 누가, 누구를 위해 수행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형식이 결정된다. 주주자본주의자들은 주식투자자의(of the investors), 주식투자들에 의한(by the investors), 그리고 주식투자자들을 위한(for the investors) 이른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하면서 ‘주주민주주의’를 말한다.

하지만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진보적 경제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방해세력이라면, 그리고 한국의 진보적 미래는 소수의 국내외 주식투자자들이 아닌 국민경제와 기업의 대다수 이해관계자들의 공동번영과 공동참여에 있다면, 우리는 주주민주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적 내용과 형식의 경제민주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실 상황의 복잡함

물론 한국의 현실은 복잡하며, 태광 등 많은 대기업들의 대주주 가족들은 명백하게 많은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진보적 비판은 자칫 이들 소유경영자 가족을 옹호하는 변호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창업자이자 기업경영권을 장악한 소유경영자 가족들은 주주행동주의의 공격에서 순순히 굴복하지는 않으며 자구책을 강구하게 마련이다. 그 결과 소유지배구조가 취약한 대주주 가족들은 장하성 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응하여 지나치게 투자를 주저하며 그 결과 기업성장이 안되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가관리를 위해 과도한 배당 혹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단기관리에 주력하거나, 과도한 인력조정, 비정규직증대 등으로 고용을 불안정하게 한다. 단기이익을 위해 협력사의 성장을 도우기 보다는 단가가 싼 중국부품으로 전환하는 일도 많다.

한마디로 박정희 개발독재의 산물인 우리나라의 기업모델(재벌체제)은 지금 주주자본주의의 파상공세 앞에서 허둥지둥 대면서 질서 있는 개혁으로 연착륙하지 못하고 기이한 변형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보진영은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전체적 조망 위에서 주주자본주의로부터 한국경제를 구할 길을 찾아야 한다.<끝>


https://www.exilekorea.net/documents/11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