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요법이란 무엇인가?
영어로 h o m e o p a t h y라고 하는데, 그리이스어인 homoios(like: 비슷한)와 pathos(suffering: 병)
에서 나온 말로 이를 번역한 것이 동종요법이다. 한자로 쓰면 同種療法이니 환자의 병과‘같은 종류
의 병’또는‘비슷한 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미량의 동종요법 약을 환자가
복용하면 자신의 병과‘비슷한 병’을 가볍게 앓게 되고, 동시에 치유가 시작된다.
동종요법은 누가 처음 만들었고 원리는 무엇인가?
약 2 0 0년 전에 독일의사 한네만( 1 7 5 5 - 1 8 4 3 )이 만들었다. 동종요법의 원리인“비슷한 것은 비슷
한 것을 고친다(like cures like)”는 유사의 법칙(the law of similars)은 기원전 5세기경 히포크라
테스 시절부터 치료에 적용되었던 것으로, 이런 사례는 우리 나라의 민간요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데, 밥을 먹고 체했을 때는 쌀로 묽게 끓인 죽을 먹는다든가, 동상에 걸렸을 때 얼음물에 발을 담그는
것들이 그 예이다. ‘이열치열’이나‘이독제독’이란 말들도‘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고치는’유사의
법칙을 표현한 것이다. 한네만은 수 세기동안 잊혀져 있던 유사의 법칙을 살려 내어서 체계화해서 동
종요법이라는 치료법을 창시하였다.
동종요법은 어느 나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나?
1 9세기 초 독일의 한네만이 만든 동종요법은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 미국, 멕시
코, 쿠바, 러시아 등지로 퍼져 나가고, 곧 이어 인도와 남미로 전파되어 활발하게 사용된다. 약 1 0 0년
전만 해도 미국의 경우 동종요법 대학이 2 2개였고 미국 의사의 1 5 %가 동종요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 한다. 그러나 2 0세기에 들어서면서 의학이 생명을 물리, 화학적으로 분석하고 측정하여 계량화하
는 방향으로 변하게 되고, 항생제들을 비롯한 강력한 화학성분의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동종요법
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1 9 8 0년대에 들어서서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
면서 동종요법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예를 들면 1 9 8 2년에 인구의 1 5 %가 동종요법을
경험하였는데, 1987년과 1 9 9 2년에 각각 29%, 36%로 동종요법 치료를 받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의사의 7 0 %가 동종요법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적어도 일곱 곳의 의과대학
에서 동종요법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가정의의 3 7 %가 동종요법 기초교육을 받고 사용하
고 있으며, 국립 동종요법병원(Homoeopathic hospital)이 다섯 곳에 있으며 1 9 4 8년 국립보건제도
(National Health Service)가 처음 시작 될 때부터 국립보건제도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다.
독일은 의사의 1 0 %가 동종요법 교육을 받았고, 11 , 0 0 0명의 자연건강의( H e i l p r a k t i k e r )중 3 , 0 0 0명이 동종요법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 스위스, 이태리, 네덜란드 등지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고 동유럽은 점진적으로 수용단계에 있다. 세계에서 동종요법이 가장 번성한 곳은 아마도 인도일 것이다. 인
도는 일찍이 마하트마 간디가 동종요법의 보급을 지원하였고, 1950년대부터 테레사 수녀가 가난한
환자와 아픈 어린이에게 동종요법치료를 제공하였다. 인도에는 1 2 0개 이상의 4 - 5년제 동종요법 대
학이 있고 동종요법의사는 1 0만명 이상이다.
동종요법 약의 원료는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가?
동종요법에서 쓰는 약은 식물, 동물, 광물 등의 자연에서 원료를 얻는다. 또한 결핵환자의 고름, 암
환자에서 얻은 암세포 등도 약으로 만들어 쓴다. 동종요법 약은 호수에 원액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과
같은 정도로 희석된 것이고, 그렇게 희석된 약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그렇
지만 동종요법 약은 우리 몸과 마음에 작용하여 미세한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 몸의 조절기관인 신
경-내분비-면역 체계에 작용하여 우리 안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일깨우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동종요법에서 진단은 주로 환자와의 면담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동종요법의 면담은 특별한 것이 아
니라 우리가 통상 하고 있는 병력채취(history taking)를 조금 더 자세히 시간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 때 환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으며, 의사는 환자의 말을 자세히 들어서
환자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 다음에 약을 결정하여 투여하게 된다. 진
단은 어떤 특정한 병에 대한 약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 관심을 가진다.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다. 개성을 가지고 있다. 동종요법 의사는 사람의 개성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그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증상을 자세히 물을 뿐 아니라, 좋아하는 음식, 취미, 습관에도 관심
을 가진다.
방사선과 의사가 왜 동종요법을 배웠나?
글쎄, 현대의학은 점점 세분화되다 보니 사람을 너무 잘게 나누어 보는 경향이 있다. 너무 분석적이
다 보니 사람을 전체로 보려는 통합적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대안적 치료법을 살펴보
고 있던 중에 영국과 인도의 동종요법 병원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동종요법의 치료 사
례들을 보면서, 동종요법이 현대의학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치료법이라고 생각하여
배우게 되었다.
어떤 치료사례를 보았나?
인도의 동종요법 병원에서 본 사례를 하나만 소개하겠다. 그 환자는 스물 세 살 난 인도청년으로 병
명은‘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이었다. 인도청년은 혈변을 하루에 2 0 - 2 5번 볼 정도로 증
상이 심한 편이었고, 집중적인 내과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아서 대장을 절제하기 위해서 외과로 전
과되었다.
인도의 동종요법 병원에는 동종요법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과, 외과, 소아과 같은 전문의사도
함께 있어서 환자들은 기존 의학에 따른 내과, 외과치료와 동종요법 치료를 함께 받을 수 있다. 또한
동종요법 의사들과 일반의사들 사이의 관계는 우호적이어서 서로 협조해서 환자를 보는 광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외과의사는 이 환자를 나의 선생인 산카란( S a n k a r a n )에게 보이면서 의견을 물었고,
선생은 이 청년과 약 한 시간 동안 면담을 하였다. 면담이 끝난 후 선생은 외과의사에게‘나에게 삼
일의 여유를 달라. 그 안에 혈변을 멈추도록 해 보겠다. 멈추지 않으면 그 때 수술을 하자’고 제안하
였다. 외과의사는 이에 동의하였고 선생은 동종요법 약을 청년에게 투여하였다. 하루가 지나자 혈변
의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삼 일째 되는 날 놀랍게도 혈변은 완전히 멈추었다. 외과의사들은 극적
인 치료 결과에 크게 놀랐다. 수개월의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출혈이 어떻게 단 삼 일만에 멈
출 수 있는가? 산카란 선생이 나에게 들려 준 청년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두 해 전 열 다섯 살난 어떤 소녀가 이 청년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으며,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이 소녀는 봄베이 친척집에 잠시 다니러 온 것
이었다. 청년은 이 소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으며, 그는 소녀와 한 달 보름을 꿈같이 행복하게 보
냈는데, 소녀가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버리자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홀로 슬픔에 잠겨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자나깨나 소녀 생각만 하게 되었으며,
그 소녀 없이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혈변은 점점 더 심해지고 청년도 점점 여위고 쇠약해졌다. 병원을 찾으니 의사는‘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을 하였다.
산카란 선생이 이 청년에게 투여한 약은 동종요법 약, ‘인산’(phosphoric acid)이다. 동종요법에서
‘인산’은 본래‘궤양성 대장염’이란 병에 쓰는 약이 아니다. 이 청년처럼‘자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보
살폈던 사람과 이별하게 되어, 극도의 실망과 비탄에 빠져서 지치고 쇠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쓰는 약이다. 선생이 비교적 자신 있게 수술을 삼 일만 미루자고 하였던 것은 이 청년의 병이‘인산’
이라는 동종요법 약의 비교적 전형적인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인도 청년이 복용한 동종요법 약‘인산’의 작용은 무엇인가?
알기 쉽게 약간 통속적으로 설명을 하면 동종요법 약‘인산’은 이 청년이 앓고 있는 것과 같은 상사
병(相思病)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만약 동종요법 약‘인산’을 복용
하게 되면, 그는 이 청년의 경우와 비슷한‘마치 상사병에 걸린 듯한 상태’를 일시적으로 매우 약하게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동종요법은‘비슷한 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치료를 한다고 했다.
상사병은 상사병을 만들어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사병에 걸린 이 인도청년이 자신의
상태와‘비슷한 상태’를 다시 경험하게 되면, 유사의 법칙에 따라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치료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동종요법의 관점에서 보면 이 청년의 병은‘염증을 일으킨 대장 점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게 가장 중요한 인물을 상실한 사람 전체’에 있는 것이다. 내과나 외과의사는 사람 전체보다는 사람
의 한 부분, 즉 대장에 있는 염증에 주로 관심을 가졌으며, 약으로 대장의 염증을 다스리려 하다가 안
되니까, 병이 있는 부분, 즉 대장을 제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병은‘대장’이 아니라‘사람 전체’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병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고, 치유를 일으킬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
다.
현대의학은 병을 국소화( l o c a l i z a t i o n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서 동종요법은 병을 전체화
( g e n e r a l i z a t i o n )하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종요법은 현대의학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
(complementary therapy)이될 수 있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치료와 비슷한 것은 아닌가?
흔히 몸에 이상이 없는데 아프다고 하면 마음의 이상으로 보아 신경정신과로 환자를 보낸다. 동종
요법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은 병들었는데 몸은 건강하거나, 마음은 건강한데 몸만 병들은 경우는 없
다고 본다. 몸과 마음은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동종요법은 신체증상뿐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을 매우
중요시한다. 환자가 주변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여 반응하는가를 주의 깊게 살핀다. 또한 환자
의 꿈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동종요법에 관심을 가지
고 공부하고 있다.
동종요법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인가?
동종요법은 약 2 0 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 물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석된 용액으
로 약을 만들어 쓰기 때문에, 동종요법의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는 비판을 받아 왔
다. 동종요법에서 쓰는 약은 맹물에 불과하고 동종요법 의사는 사기꾼, 돌팔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1 9 8 6년 영국의 권위있는 의학잡지 란셋에는 흥미있는 논문이 실렸다. 제목은“동종요법은 플라시보
반응인가?”였고, 결론은“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스코틀랜드의 의사 라일리가 쓴 것으로(이
사람은 한국에 와서 동종요법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동종요법의 효과가 단순한 플라시보 효
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연구이다(Lancet 1986; 2:881-886).
1 9 9 1년 네덜란드의 의대교수 세 사람이 그 당시까지 나온 동종요법에 대한 임상연구 1 0 7개를 모
아서 분석을 하였다. 이 연구들은 동종요법이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가를 임상 시험한 것들인데,
대상 질환들은 호흡기 감염, 기타 감염, 소화기 질환, 알레르기, 류마티스성 질환, 통증, 외상, 심리적
인 문제 등이었고 1 0 7개 중 8 1개 연구에서 동종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B M J
1991;302:316-323). 이와 같이 동종요법의 효과에 대한 임상적 증거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동
종요법 약이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동안 기초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여러 가
지 학설이 제기되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형편임으로 앞으로 연구할 과제가 무궁무
진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180 대한초음파의학회창립2 0주년기념학술대회
2 0주년기념특별초청강연
1 0 : 0 0-1 0 : 3 0 좌장 : 김건상(중앙의대)
동종요법( H o m e o p a t h y )
김 영 구(영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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