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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사교육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다양하겠지만 비율을 따지면 엄마가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아빠가 결정하는 비율은 5% 내외입니다. 학생 본인이 결정하는 경우도 고등학생이 되면 40%가량 됩니다만 엄마가 압도적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80% 이상이 엄마가 사교육 참여여부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럼 엄마들이 내 아이가 다닐 학원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예로 든 경우는 이렇습니다. 학원에 상담하러 갔더니 인원 다 찼다고 다음에 오라고 하는 학원 -이 경우, 조바심 나서 이 학원에 꼭 보내고 싶어합니다.-, 여기 안보내면 어머님은 애들에게 잘못을 저지르시는거에요, 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학원, 자식들을 카이스트 등에 보낸 사람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학원, 학교에서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그런데 상위 1%가 다니는 학원이라는 문구에 혹해 내 아이도 그곳에 보내겠다고 하는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상위 1%는 아니기 떄문이지요. 되려 학원에서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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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학원을 선택했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강의실이 어마하게 큰 학원입니다. 100명 넘게 들어가는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 까마득히 먼 교탁에서 마이크 잡고 강의하는 선생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땡땡이 치기에 최고며, 출석체크는 어림도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리베이트가 있는 학원입니다. 예를 들어, 3개월 연속 수강하면 장난감이나 과자를 준다거나(어린 시절), 친구 하나 더 데려오면 게임기를 주거나 수강료 10% 를 수고비로 주는 곳입니다. 오고 가는 정이 살아있는 곳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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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서 등록도 못시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바로 레벨테스트 때문입니다. 학생 수준을 파악해 맞춤 교육을 시키기 위해 수강 전 레벨테스트 하겠다는 데 마다할 학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레벨테스트가 좀 수상합니다. 제작진은 현재 고등학교에서 전교 40등인 학생을 학원에 데리고 가 중학생이라고 한 뒤 중2 영어 및 수학 레벨테스트를 시킵니다. 놀랍게도 두과목 다 50점이 채 안되는 점수가 나옵니다.(물론 100점 만점입니다.) 그 점수를 보고 학원에서는 집에 데려가 개인 과외등을 시켜 실력을 더 키우고 오라고 합니다. 과연 이 학생은, 고등학교에서 전교 40등하는 이 학생은 정말 실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걸까요.
해당 레벨테스트 문제를 가지고 영어는 중학교 영어교사, 수학은 고등학교 수학교사에게 보여줍니다.
영어교사가 말합니다. "이 테스트의 영어듣기는 토플시험 수준입니다. 임용교시에도 영어듣기가 있는데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수학교사도 말합니다. "이 테스트의 수학문제는 고등학교 중상위권 학생들 수준입니다. 게다가 몇 문제는 아예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가르치는 내용들이군요. 중학교에선 배우지도 않는 내용들입니다."
그럼 학원들은 왜 어렵게 문제를 낼까요. 그건 문제가 어려워야 점수가 낮게 나올 것이고 그래야 불안해서 학원에 등록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쉽게 내 점수가 잘 나오면 되려 학원을 우습게 봅다고 합니다. 이런 테스트 후 학생과 부모는 학원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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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들어가기 전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영어과외를 받았습니다. 두 달간 했었는데요. 그 실력으로 중학교에 갔더니 3월 첫 영어시험 성적이 100점 나왔습니다. 오~~라구요? 여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딱 3월 시험분량까지만 배워 갔거든요. 그 뒤, 제가 배우지 못했던 영어가 시작되는 순간, 전 바닥을 드러낸 밑천에 당황해 하며 공황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영어를 제 삶에서 외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학원을 갔습니다. 다행이 제 수준이란 것이 레벨 자체가 없을 정도였기에 레벨테스트 이런건 하지 않았습니다.(그 시절에 있지도 않았겠지만요). 다만, 학교도 아닌 학원에서 부모님 모시고 오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떠들거나 사고쳐서 그런게 아니라 영어 이해능력(단어, 숙어, 문법을 말한거였죠)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 판단해 모시고 오라는 거였습니다. 당연히 전 모시고 가지 않았고, 한달 수강하고 삼일 학원가기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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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테스트가 학원가에 정착한 요인은 2000년대 최고 히트상품인 선행학습 때문입니다. 학생과 부모 입장에서, 빨리 배우면 그만큼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을거란 믿음으로 시작된 것이 이 선행학습인데요. 특히 특목고 입시는 선행학습을 유행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도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까지 불립니다. 현재 중학생 전체의 2% 가량만 특목고 진학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강남, 목동 중학생 중 50% 이상이 특목고 진학을 원한다더군요. 특목고와 사교육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특목고 시험제도 때문인데요. 특목고 입시에서는 영어토플점수나 수학 혹은 과학 경시대회 성적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중학교 정규과정에서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는 겁니다. 요즘, 학원 다닌다는 건 곧 선행학습을 뜻할 정도입니다.
자녀 두명의 유치원 마저 선행과정으로 끝낸 한 엄마는 큰 아이를 외교관으로 키우고 싶어 언어태교를 했다고 합니다. 작은아이도 빠질 수 없지요. 작은아이는 교수라도 되도록 수학정석 태교를 했다 합니다. 이 엄마는 이미 두자녀를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 국영수까지 마치게 했습니다. 선행경쟁, 많은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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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이, 없, 습, 니, 다. 제 선행학습은 초등 6학년 겨울방학시절 영어과외가 다였고, 그로 인한 결말은 위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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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상품을 학원가에서 안 거두는 이유는 커리큘럼 짜기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수업과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중학생들에서 가르치면 되니까 일도 적고 고등학생 가르치는 선생이 그대로 중학생을 가르치면 되니까 비용도 적게 듭니다.
선행학습이 맞는 애들도 분명 있습니다.(최대 상위 5% 정도의 학생들이 해당됩니다.) 이들에게는 어쩌면 선행학습 학원이 학업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약이 될 것입니다. 반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다 한계가 나타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 때는 즉시 선행학습을 중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원 입장에서는 멈출 수 없습니다. 멈추는 즉시, 부모들이 학원을 옮겨버리기 때문이지요. 결국 그 돈 때문에 아닌걸 알면서도 억지로 선행학습을 시킵니다. 물론 애는 죽어나겠지요. 중3학생한테 고1선생이 와서 잘 못알아듣게 가르치면 그게 바로 선행학습입니다. 선행학습도 제대로 하려면 중3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혹, 애들이 집에 가서 고등학교 내용 어렵다고 제대로 못알아 듣겠다고 말해도 전혀 겁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부모들의 불만도 없습니다. 왜냐, 선행학습이니까요. 모르는 내용 미리 배우는건데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버리거든요. 그럼, 실력있는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복습은 왜 학원에서 안가르칠까요. 복습, 즉 후행학습은 강사가 연구도 많이 하고 1대1로 붙어 일일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듭니다. 수업내용을 몰라서 후행학습 학원 보냈는데 거기서도 애가 이해 못하면 도대체 어떡하냐고 따지는 부모도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돈도 안되고 몸만 고달프기에 후행학습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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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인데도, 혹시 내 딸 지인이는 상위 5% 이내이므로, 지금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위 5% 쯤은 무조건 들어갈 것이므로, 당연히 선행학습이 필요하고, 난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좋고 비싼 학원에 보낼거야, 라고 판단해버릴지 모르는 미래의 제 모습이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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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효과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된 적 있습니다. 선행학습 안한 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이 죽죽 오르는 결과를 통계수치로 보여줍니다. 선행학습을 많이 한 아이들은 초중등 초기에는 성적이 좋다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그것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반면 혼자 공부하는 경우, 역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성적이 많이 오른다고 합니다.
선행학습하면 영어조기교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보낸 엄마가 말하길 유치원에서 '버내너' '애뿌울' 식으로 발음을 배워오니 상당히 기뻤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되려 한국어가 늦어버려 반에서 한글 수준이 꼴찌라고 합니다. 또 다른 엄마는 한국말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영어유치원을 보냈더니 국어, 영어 둘 다 받아들이는게 늦어져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한국어가 늦다고 합니다. 영어를 언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연구한 논문은 예상외로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영어권 나라에 이민 등을 간 경우를 조사해 발표한 연구자료는 있어도 국내에서 특정 환경 아니면 영어를 만날 일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한 연구자료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스페인에서 비슷한 연구를 한적이 있다는데요. 그 결과, 7살보다 11살에 영어를 가장 잘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실력도 그 시기에 제일 많이 늘고 어린시절에 배운것만큼이나 발음도 좋다고 합니다.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뇌는 측두엽에 있는데 이 부위는 초등학교 시절에 급격히 발달합니다. 뇌원리를 생각한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국어교육을 좀 더 다양하고 깊이있게 해주는 것이 좋고 영어교육도 어차피 언어교육이므로 이 시기에 같이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영어 하나만 건져도 성공한다고 하니 너도 나도 자녀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키는데 실제 영어만 가지고 성공하는 일은 없습니다. 영어 외에 다른 능력들도 탁월하니 성공하는 거겠죠. 영어만 잘한다고 다 성공한다면 미국 거지도 한국에 와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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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영어와 인연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가 인연이 없었던 건 문법만으로 모든걸 해결해버리는 영어교육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전 수능시험 1세대 입니다. 학력고사가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면서 영어문제 유형도 다 바뀌었습니다. 문법문제는 거의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는 듣기, 독해하기, 문장 이해하기 등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자 제 영어실력은 월등히 향상되었습니다.(네, 자랑질입니다.) 영어 조기교육은 현재 제게도 문제입니다. 어쩌면 제 짝지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하나의 행동을 할 예정인데,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인이가 지치는 일은 안 생겼으면 합니다.
그리고, 선행학습 연구논문을 보면 초중등 시절엔 선행학습 한 아이 실력이 좋습니다. 그 밑천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고등학교 들어갈 시기부터구요. 이 연구논문이 맞고, 스스로 공부한 아이가 결국 이긴다고 하더라도, 과연, 성적이 떨어지는 초중등시절 9년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반에서 30등 한 성적표 갖고 온 아이를 보고 조금만 참자 고등학교만 가면 이 성적표가 전교 30등으로 바뀔거야 라고 자위하며 인내할 수 있는 부모는 어느 정도 될까요. 당장 매를 들고 학원부터 알아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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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경영자가 교육소비자인 학부모 마음을 연구하고 유혹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대로 학부모도 그만큼 학원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인 학원 입장에서 수입과 교육논리가 충돌을 일으키면 교육논리가 뒤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학부모도 많이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학원에 의존할까요. 혹시 우리가 학원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건 쉴새 없이 변화하는 입시제도 때문일까요. 최근엔 자기주도학습학원이 생겼다 합니다. 나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인데 이것조차 학원에서 배운다네요. 매니저가 옆에 붙어 공부방법을 가르치고, 같이 계획을 짜고, 실천에 옮기고 점검한다고 합니다. 입학사정관제대비학원도 있습니다. 봉사활동 점수 채우는 것까지 일일이 코치하더군요. 이런 현실에서 교육체계를 바꾼들 학원이 사라질까요. 어떤 식으로 바뀌든 대응방식은 학원이 늘 앞서갚니다. 결국 학원이 언제나 승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사교육시장 팽창의 원인이 입시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뭘까요. 바로 불안을 자극하는 학원의 마케팅 때문입니다. 불안을 못 이기고 아이를 학원을 보내야 안심하는 부모들 때문입니다. 강남에 이사오면 지옥에 들어왔다고 한답니다. 이런식으로 학원은 계속 불안을 자극합니다. 물론 부모들은 끊임없이 갈등하고 지금의 학원제도가 과연 옳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불안감 때문에 늘 집니다 그것과 결별하지 않으면 영원히 학원의 봉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학원 소비자인 부모가 더 똑똑해지고 알아서 원하는 바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들이 잘 모르고 똑똑하지 않다는 게 모든 학원계 상술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상위 10%만 효과볼 뿐 나머지는 병풍처럼 앉아서 강사 월급, 건물 전기세 내러 다닌다는 학원. 좋은 학원이 아이 미래를 보장해줄거란 믿음. 아직도 붙들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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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학원을 다니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한 레벨 이상 업그레이드 된 대학에 갈 자신이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개뻥이지만 그 만큼의 돈은 굳었을 것입니다. -이건 학원비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땡땡이 칠때도 돈은 듭니다, 그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시간 구기려 방황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학교 마치고 그냥 집에 가면 되니까요. 제 딸 지인이도 학원은 아마 다니게 될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저와 주연(내짝지) 이라고 해서 별 수 있겠습니까. 한가지 방안은 있습니다. 지인이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아이가 되는 것이지요. 책만 사주면 알아서 척척척, 선행학습 없이도 독학으로 자체선행을 끝내버리는 두뇌, 또한 유별나게 뛰어난 감수성과 창의성까지. 이정도만 갖춰준다면 굳이 학원 보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전 웁니다. 다만, 학원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가끔씩 학원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가지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isjuno&logNo=150100765903
[출처] EBS 다큐프라임 굿바이 사교육 2부 - 불안을 마케팅하다 - |작성자 mis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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