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교수 사태의 진실

[스크랩] 미즈노 씨 비판으로 이익을 쟁기는 자들

그리운 오공 2013. 2. 13. 09:53

  미즈노 씨에 대한 비판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것이 그가 일본의 극우 잡지에 기고를 했다는 내용이다. 확실히 미즈노 씨가 글을 기고했다는 [문예 춘추]니 [SAPIO]니 하는 잡지는 일본에서는 보수 우익 잡지로 통한다. 거기에 실린 내용들은 도저히 우리 정서로는 이해도 용납도 안 되는 웃기는 내용들이 많다. 남진 대학살을 부인하거나 한일합방을 합리화하는 우익 논객들이 자주 등장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잡지가 우익 잡지라는 사실과 미즈노 씨가 거기에 실은 글의 성향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본다. 다시 말해 우익 잡지에 글을 실은 것과 비즈노 씨 본인이 우익이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문예 춘추]를 비롯한 보수파 잡지에 투고했던 것만으로 죄가 된다면 [문예 춘추]를 발행하는 출판사에서 일본 고대 가요집인 만엽집이 한국어로 쓰였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펴낸 이영희 씨도 극우파가 된다. 이영희 씨의 주장은 한일 양국 학계에서 전혀 지지를 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적어도 이영희 씨를 일본 극우파 잡지사에서 책을 낸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재일 한국인 작가로 알려진 이양지나 유미리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지만 그 문학상을 주최하는 출판사가 다름이 아닌 문예춘추사다. 유미리의 수상작은 당연히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되었고 단행본도 문예춘추사나 신초사(이것도 보수 성향이 강한 출판사이다)에서 출판되었다.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책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 일본 극우파로 간주된다면 거기에서 단행본을 출간한 이양지나 유미리도 당연히 친일 매국노가 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즈노 씨를 극우파니 이중 인격자니 몰아세우는데 열중하고 있는 충북대 장 아무게 시간 강사(이 사람은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아 왔다고 한다)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좌파 잡지인 [말]지나 [오마이 뉴스]의 단골이었지만 미즈노 씨를 비판하는 글을 다름이 아닌 [신동아]에 싣고 있다. 우리나라 좌파의 말을 빌리자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신문사는 [재벌 언론] [수구 반동]이며 [우익 꼴통]인데(내가 학생 시절 학생회 간부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면서 절대 조중동은 구독하지 말라고 했다) 거기에 버젓이 글을 투고하고 원고료를 챙겼다면 당연히 장 아무게 강사도 우리나라 극우파가 된다.
 
 나는 이번 사태를 살펴보면서 이들 잡지를 꼼꼼히 읽어보았는데, 일본 우익 논객들의 성향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그들이 일본 왕실이나 일본왕을 숭배하는 것은 [기초 교양]이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①한일합방을 합리화한다.
 ②각료(특히 수상의)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찬성한다.
 ③태평양 전쟁 발발(진주만 공격)은 국제 정세로 인해 일어난 불가피한 자기 방어였다고 항변한다.
 ④난징 대학살(때로는 731부대의 만행도)은 조작이라고 믿고 있다.
 ⑤주변국과의 영토 분쟁에서는 무조건 일본이 옳다고 우긴다.
 ⑥강제 징용, 종군위안부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억지 주장을 한다.
 ⑦식민지 지배의 결과 한국인의 생활 수준이나 경제 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본다.
 ⑧동경 재판은 연합국의 복수극이었다고 믿는다.

 

 열거해 보면 더 있겠지만 이 정도도 하겠다. 정말 치가 떨리는 웃기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렇고 나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면서 이들 잡지에 실린 미즈노 씨의 글을 모두 읽어보았지만 위에 열거한 조건에 해당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미즈노 씨가 한국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일본 비판 가운데 잘못된 점에 대한 비판]이며 결코 우리나라 역사 인식의 전반에 대한 비판이 아니며 심지어 한일합방의 합리화가 아니다. 

 물론 미즈노 씨의 글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그 잡지에 글을 실은 것만으로 그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으면서 우익이니 극우니 싸잡아 비난해 끝나는 문제는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내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미즈노 씨가 우익 잡지에 기고했다고 비난하고 있는 세력들이 미즈노 씨가 이와나미(岩波) 서점이라는 출판사에서 책을 두 권이나 그것도 한국 관련 서적을 (기고도 아닌) 출간한 사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미즈노 씨는 2003년에 이와나미 서점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를 알고 싶다]라는 책과 2006년에 [서울에서 배우자]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한국의 젊은 세대를 객관적으로 소개한 내용과 젊은 세대를 위한 서울의 견학 안내를 위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 약력에는 [한국인의 일본 위사] 등 그가 필명으로 쓴 책의 제목도 올라와 있다. 이것을 보아도 그가 한국인 몰래 필명으로 한국인을 우매하는 책을 썼다는 비난의 타당성을 의심케 한다.)

 이와나미 서점이 어떤 출판사이며 일본의 보수파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일본 인터넷을 한 번이라도 뒤지면 바로 알 수 있다. 이와나미 서점은 일본을 대표하는 학술 출판사이자 진보계 출판사이기도 하다. 일본 보수파 우익들을 아사히 신문사와 함께 암파 서점을 대표적인 좌파 매국 출판사로 매도하기도 한다.

 보수파 우익 잡지에 기고하는 것만으로 우익이 된다면 유미리도 장 아무개 강사도 다 수구 극우 친일파가 되고 진보 좌파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 미즈노 씨는 진보 좌파가 될 것이다. 왜 미즈노 씨를 극우파로 몰아세우고 있는 장 아무개 강사를 비롯한 세력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덮고 놓은 채 자기 주장에 유리한 부분만을 부풀어 놓고 떠들어대고 있는 것일까?

 

 내가 여러 각도에서 면밀히 알아본 바로는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유명세를 타고 경제적 이익을 쟁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 째는 그렇게 함으로써 반일 애국 지사로 행세하며 정치적인 이익을 쟁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 째는 개인적인 원한과 분풀이 때문이다. 미즈노 씨가 가명으로 한국인을 우롱하는 책을 쓴 일본 우익이었다는 그들의 언설은 상당 부분 그들 자신을 위해 만들어낸 언론 플레이였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이것은 결코 나의 과장된 상상이나 추측이 아니다. 나는 몇 년에 걸쳐 미즈노 씨 사태를 지켜보고 나름대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해 왔다. 그리고 그 사태의 내막을 알았을 때 나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나는 미즈노 씨 편 들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나가 이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게 일본과 일본인이다. 하지만 일본을 비판하는 척하며 반일 감정에 편승해 자기 이익을 쟁기고 애국지사 행세를 하는 거짓 애국자들도 나의 혐오 대상이다.

 

 해방 직후에는 만주에서 돌아온 사람 치고 독립군이 아닌 사람이 없었고 미국에서 돌아온 사람 치고 박사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일본 비난하는 사람 치고 애국자 아닌 사람이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계속)

출처 : 미즈노 교수 사태의 진상을 밝힌다
글쓴이 : 배달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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